심각한 과잉 진료…그냥 나을 병까지 약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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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3분의 1 정도는 가치가 없고, 10퍼센트는 오히려 해롭다.”
사람들은 모든 의학적 검사와 치료는 가치 있으며 의료 서비스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믿는다. 레이첼 부크바인더 호주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이언 해리스 뉴사우스웨일스대 의과대학 교수는 <히포크라시>에서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의료에 대한 믿음을 깨부순다. 저자들은 현대 의학이 과학적 증거가 미미한 의료 행위를 하고, 비효과적인 치료법을 유해하게 쓰거나 과잉 진료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먼저 ‘의료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때 정상적인 삶에 속한 일상의 두통, 가벼운 불안, 불규칙적인 배변 습관 같은 불쾌한 느낌이 어느새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인 것이 됐다. 무해한 삶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의료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오히려 해를 끼치기도 한다.
1950년대 호주, 영국 등에서 입덧 치료제로 처방된 탈리도마이드는 신생아 2만 명에게 기형을 발생시키고, 8만 명을 사망하게 했다. 미국에서는 통증 완화를 위해 아편과 비슷한 진통제가 매년 2억5000만 건 이상 처방되고 있다. 처방받은 사람의 10분의 1이 중독되고 매일 120명 이상이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잉 진단도 문제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고혈압, 골감소증, 근감소증 등 같은 경우 단순히 질병의 위험 인자인데 그 자체가 질병으로 분류돼 과잉 진단이 일어난다는 것. 이는 과잉 치료로 이어져 개인과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치료일 때도 현대 의학은 치료를 권한다고 말한다.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일반 감기나 독감에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는 장내 세균을 죽여 설사를 유발하는 부작용이나 내성 세균 출현의 위험이 있다.
의사는 의과대학 졸업식장에서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선서’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히포크라시(Hippocrasy)는 위선(Hypocrisy)과 히포크라테스를 합친 말이다. 저자들은 현대 의학이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하고 위선을 저지른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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